아이디어, 알고리즘2018. 3. 15. 15:10

 

 

들어가는 말

 

 

저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8년여 동안 월가의 투자은행에서 금융수학에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는 퀀트(quant)입니다.

 

( 고용주의 사정으로 투자은행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이 글의 내용은 고용주의 의견과 관계없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 글은 금전적인 보상이 없이 작성되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

 

 

그간 우리나라의 수학계에서도 학문적으로 혹은 졸업생들의 취업이라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금융수학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수학을 소개하는 좋은 글들이 이미 많지만, 학계 밖의 금융 현장에서의 얻은 제 경험이 금융수학을 이해하는데 좀 더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기고합니다.

 

( 구형건, ≪대한수학회소식≫ 제132호(2010년 7월), “금융수학이란 무엇인가?” )

 


퀀트(quant)는 quantitative analyst를 줄여 부르게 된 용어로 ‘계량분석가’ 혹은 ‘금융공학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로서 새로운 의미를 담게 된 용어이므로 편의상 ‘퀀트’라고 하겠습니다.

 

 

‘금융수학’과 ‘금융공학’은 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동일한 의미로 편의에 따라 바꿔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전문가 독자를 대상으로 쉽게 쓴 글이니 내용이 다소 정확하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퀀트란 어떤 배경의 사람들인가?


 

금융수학의 내용을 직접 얘기하기 전에 어떤 사람들이 퀀트란 직업을 갖는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1980년대부터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수학․물리학 분야의 박사들을 채용하기 시작합니다.

 

 

컴퓨터가 대량으로 생산되어 본격적으로 금융업무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금융계산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고, 주식 옵션과 같은 비교적 새로운 금융 상품의 가격을 계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냉전 시대가 끝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개발 계획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물리학 박사들이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월가의 투자은행으로 눈을 돌리면서 퀀트라는 직업이 탄생했다고도 합니다.

 

 

어느 설명이 먼저이든 복잡한 금융상품을 분석할 수 있는 수학적 능력을 가진 퀀트가 생기면서 투자 은행은 그런 거래를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퀀트의 수요가 더욱 더 필요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최근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전까지 이어 오면서 퀀트들의 숫자가 급속히 증가해 왔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수학, 물리 같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공학 분야의 학위 소지자들도 퀀트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공에 대한 편중이 사실상 없어졌고, 미국, 영국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수학, 산업공학, 경영 등과 같은 과에 걸쳐 금융수학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석사과정이 개설되어서 그 졸업생들이 증가하는 퀀트 수요의 일부를 채우고 있습니다.

 


저는 2005년에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퀀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응용수학 중에서도 유체역학과 같이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수학모델을 만들어 설명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제가 했던 연구가 Black-Scholes의 옵션 가격 모형에서 쓰이는 확산 방정식(diffusion equation)이란 측면에서 금융수학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제가 퀀트가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을 때 제가 첫 박사과정 제자였을 정도로 지도교수님(Martin Bazant)이 젊으셨는데, 제가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받던 중 당신이 학위를 받을 당시에 직업으로 퀀트가 되는 것을 고민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퀀트라는 직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금융수학에 관련한 수업을 경영대학 MBA과정에서 수강하고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취업에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있던 MIT 대학원에는 금융공학 과정이 따로 없었지만, 학교 내 여러 과들의 기존 과목들을 조합하여 금융공학과 관련된 과목을 몇 개 이상 수강하면 대학원생 누구나 금융수학 자격증(certificate)을 발부해주는 프로그램을 수료했습니다.

 

 

제 경우는 수학과에서 학위 과정 중에 이미 수강했던 과목들이 해당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어 쉽게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학위(diploma) 과정은 아니지만 구직자의 이력서를 돋보이게 쓸 수 있는 내용이라 취업에 실제로 도움을 받았는데, 예산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융수학 과정을 새롭게 개설하려는 한국 학교들이 참고해 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Financial Technology Option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2006년까지 Merrill Lynch의 후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

 


퀀트라는 직업이 생기던 그 시절에 비해서 지금은 퀀트의 수요가 늘었을 뿐 만 아니라 분야가 훨씬 더 다양해 졌습니다.

 

 

먼저 Black-Scholes 모형으로 대표되는 파생상품의 가격과 위험을 계산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투자은행은 거래 상대자(counterparty)가 되어 고객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거래하거나 파생상품을 이용한 투자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도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채권과 이자율(Fixed Income)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외환(foreign exchange 혹은 FX), 주식(equity), 신용(credit), 원자재(commodity)등 기초자산의 종류(asset class)에 따라서 부서(desk)마다 퀀트들이 포진해 있고, 업무의 종류에 따라서 트레이더(trader)와 팀이 되어 상품의 거래에 직접 관여하는 front-office 퀀트, 거래를 후방에서 돕는 middle-office/back-office 퀀트,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는 IT 개발자, 가격 모형을 검증하는 model validation 퀀트 등의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에서 퀀트로 일하면서 파생상품의 가격 모형 연구에 많은 공헌을 했고, 현재는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의 금융공학과정 학장으로 있는 Emanuel Derman 같은 사람이 이 분야의 대표적인 퀀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쓴 ≪My Life as a Quant≫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퀀트≫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초창기 퀀트들의
상황이 그려져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파생 상품이 어떤 식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에 퀀트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거래의 예를 통해서 좀 더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교적 역사가 짧긴 하지만 파생상품 분야와 맞먹을 정도로 퀀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분야가 알고리즘 거래(algorithmic trading) 입니다.

 


IT기술의 발달로 주식 거래가 컴퓨터를 통해 자동화 되면서 금융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수익원으로 떠오르자, 수많은 퀀트들이 좋은 거래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 조성자(marking marker)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자와 팔자 주문을 이익을 극대화 하도록 연결 짓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고객의 주문을 대신해서 집행하는 브로커(broker)들은 대량의 주문을 받았을 때 어떤 순서로 주문을 집행해야 시장 가격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서 고객을 위해 좋은 가격에 거래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를 고민을 합니다.

 

 

또한 시장의 다양한 금융상품들의 가격을 분석해서 상대적인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 기회를 포착하고 수익을 내는 헤지 펀드들이 최근 몇 년간 우수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같은 퀀트이지만, 알고리즘 매매와 파생상품 모형은 두 분야 사이에서의 이직이 상당히 어려울 정도로 다른 전문지식을 요구합니다.

 

 

파생상품 가격 모델이 수치해석(numerical method), 확률과정 (stochastic process)과 같이 어느 정도 학문으로
정립된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 알고리즘 매매 분야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 통계 분석, 시계열 분석, 매매 속도를 높이는 프로그램 구현 등 다소 기술적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전자가 후자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을 내는 알고리즘은 보안상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특
성과 결합해서 알고리즘 매매 분야는 금융수학 과정의 학과목으로 정립되기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앞서 퀀트들의 전공분 야가 수학, 물리를 넘어 이공계의 전 분야로 확대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알고리즘 매매 분야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파생상품과 알고리즘 매매로 양분한 퀀트들의 구분을 보통은 sell side와 buy side로 나누어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확한 구분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이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파생상품 분야의 경우 퀀트는 대형 투자은행 속에서 파생상품을 매매하고(trader) 판매하는(sales) 사람들을 조력하는 역할을 맡는 반면에 알고리즘 매매 분야의 퀀트는 스스로가 모델을 만들면서 그 프로그램으로 직접 상품을 매매하
는 트레이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연봉을 1조원이나 벌었다는 기사로 유명해진 James Harris Simons의 Renaissance Technology라는 헤지펀드가 알고리즘 매매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보통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로 James Harris Simons를 꼽는데 아마도 금전적인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퀀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Simons는 학계에서 수학 교수로 재직할 때 미분기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Renaissance Technology는 퀀트를 채용할 때 금융에 관한 지식을 일체 질문하지 않고 지원자가 어떤 전공이든
박사과정 중에 얼마나 훌륭한 연구를 했는지 만을 심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금융을 얼마나 많이 ‘선행학습’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으며, 학문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한 인재를 채용한다면 금융 시장에 대한 지식은 입사 후에 가르쳐도 늦지 않다는 철학입니다.

 

 

자동화 주식거래의 선구자로 Interactive Brokers라는 회사의 창업자인 Thomas Peterffy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 전 한
팟캐스트(pod cast)에서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많이 알려 지지 않았지만 이 사람 역시 시대를 대표하는 퀀트 중의 한 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NPR Radio: Planet Money http://www.npr.org/blogs/money/2013/06/14/191668134/episode-396-a-father-ofhigh-
speed-trading-thinks-we-should-slow-down )

 

 

역시 대단한 자산가로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Mitt Romney를 지지하는 TV 광고를 스스로의 비용으로 제작해 방송해서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파생상품: 한국시리즈 우승팀 맞추기

 


그렇다면 현대 금융이 얼마나 복잡해졌길래 전에 없던 퀀트라는 고도의 전문직을 새롭게 탄생시켰을까요?

 

 

흔히들 말하는 파생상품이 어떤 성질의 금융 거래인지를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최근 들어 퀀트의 업무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모든 퀀트들이 파생상품 분야에서 일 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파생상품은 퀀트를 탄생시킨 이유이며 여전히 많은 퀀트들이 파생상품의 가격 결정과 위험 관리에 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되는 대표적인 파생상품 하면 교과서에 가장 먼저 소개되는 예가 콜(call)/풋(put) 옵션이겠지만, 얘기를 좀 더 재미있게 풀어 나가기 위해서 제가 만들어 낸 가상의 파생상품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 퀀트 입사 면접에서 제가 잘 내는 문제입니다.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일곱 경기 중에서 네 경기를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2013년 한국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스와 두산 베어스가 마지막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성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제가 한국 시리즈를 통해서 제안하는 파생상품은 간단히 얘기해서 우승팀 알아 맞추기 내기입니다.

 

 

상대와 내기를 해서 예상하는 (혹은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미리 정한 판돈만큼을 더 받고 지면 판돈을 내기 상대에게 잃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다음 몇 가지를 기본으로 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경기는 무조건 승패가 결정되고 무승부는 없음

2) 두 팀의 전력이 대등하여 승률은 50대 50으로 예상됨

3) 7차전 동안 각 경기마다의 승패에 대한 내기를 걸 수 있는 ‘시장’이 있어 누구나 참가 할 수 있고 어느 팀에 베팅을 하든 반대 팀에 베팅을 하는 내기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음

 

이 같은 가정 하에서 투자은행이 ‘한국시리즈 우승팀 맞추기’ 파생상품을 고객과 거래한다고 합시다.

 

 

예를 들어, 두산의 우승에 베팅하는 고객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투자은행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반대편에서 삼성의 우승에 베팅하는 내기 상대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예상대로 두산이 우승한다면 은행은 손해를 입는 위험(risk)을 안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투자은행이 어떻게 하면 세 번째 가정에서 언급된 ‘경기별 내기’ 시장을 이용해서 고객과의 거래에서 오는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 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양쪽 구단의 기업(삼성 혹은 두산)에서 자기 팀이 우승하는 경우에 고객 감사 이벤트를 열고 싶은데 비용이 10
억 정도 든다고 합시다.

 

 

기업의 자금 관리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 5억을 자신의 팀에 베팅 하는 거래를 누군가와 할 수 있다면 팀의 한국 시리즈의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5억을 고정 비용으로 책정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거래입니다.

 

( 우승하지 못할 경우는 투자은행과의 베팅으로 잃은 5억이 비용, 우승할 경우는 이벤트 비용 10억과 베팅으로 딴
5억을 합쳐 역시 5억이 비용임. )

 

 

기업이 먼저 투자은행 쪽에 거래 의향을 물어 볼 수도 있고, 이런 기업의 요구를 먼저 파악한 투자 은행이 기업에 먼
저 제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축구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조건으로 기업들이 수많은 이벤트가 걸리는데 대부분 보험
계약을 통해 위험을 전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16강 진출과 상관없이 기업은 비용으로 보험료만 지불하면 되는 구조가 됩니다.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이 ‘한국시리즈’ 상품은 ‘경기별 내기’를 기초 상품으로 하고 있는 ‘파생 상품’이 되는 것이고, 제가 낸 문제는 은행의 입장에서 고객에게 판매한 파생 상품을 기초 상품을 이용해서 어떻게 헤지(hedge) 하는가, 즉 위험을 전가 하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바로 퀀트들이 투자은행의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은행은 어떻게 ‘경기별 내기’를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질문해서 두산이 우승하는데 100만큼을 베팅하는 고객과 거래를 했다면 은행은 1차전의 경기별 내
기에서 어느 팀에 얼마만큼 베팅하는 것으로 헤지를 시작해야 할까요?

 

 

(다음 문단부터 답을 설명드릴 테니 혼자 생각하고 싶은 독자들은 지금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를 7차전의 경우부터 생각해서 시간 진행의 역순으로 계산해 오시면 답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우승팀이 결정되기 전까지의 모든 경우의 수를 옆의 그림과 같이 격자로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왼쪽의 꼭지점이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는 시점(0:0)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두산이 이기면 위로, 지면 아래로 진행합니다.

 

 

승률이 50대 50으로 양 팀의 우승 확률은 대칭이므로 대각선 아래쪽은 그림에서 생략 했습니다.

 

 

먼저 네 번을 이기는 팀이 우승하므로 오른쪽 위의 네 점은 두산이 우승하는 경우가 됩니다.

 

 

(맨 위 점은 4:0 우승, 한 칸 오른쪽 아래 점은 3:1 승리 등등) 문제로 돌아가서, 은행의 헤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나오는 지점은 양 팀의 승패가 3:3으로 7차전을 치러야 하는 (1) 지점입니다.

 

 

이경우 다음 한 경기의 승자가 바로 우승팀을 결정하므로 투자은행은 고객의 베팅 금액 100을 고객이 배팅한 팀에 똑같이 경기별 내기에서 배팅하면 위험을 전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던 고객과 한 거래와 경기별 내기의 결과가 서로의 손익을 상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상황을 더 확장하기 전에 고려할 점은 (1)의 시점에서 경기별 내기의 베팅할 액수뿐만 아니라 (1)의 3:3 상태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경기별 내기를 통해서 따고 잃은 금액의 합을 생각해야 합니다.

 

 

(1)의 경우는 그 합이 0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0이 아니라면 두 내기의 결과가 상쇄되더라도 마지막에 이익 혹은 손해가 나게 되므로 완전한 헤지를 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이제부터 매 경기 상황마다 경기별 내기에 배팅할 금액 D와 그 상태에 이르기 까지 손익의 합 P를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D는 ‘Delta’, P는 ‘Profit & Loss’ 의 각 첫 글자를 따 왔습니다. )

 

 

 

 

 

이제 시간을 돌려서 양 팀의 전적이 3:2인 (2)의 상태를 생각해 봅시다.

 

 

두산이 이번에 이기면 4:2 전적으로 우승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고객에게 100을 돌려줘야 하므로 그 때까지의 손익은 P=100이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삼성이 이긴다면 방금 막 분석한 전적 3:3의 (1)의 경우가 되므로 P=0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50:50의 확률로 P=100 혹은 P=0의 상태로 나가는 분기점이 바로 (2)의 상태이므로 P=50이어야 하겠고 경기별 내기에서는 D=50 만큼을 두산에 배팅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씩 뒤로 계산을 밟아 나가면 모든 상태에서의 D와 P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적 3:1의 (3)에서는 P=75, D=25, 전적 3:0의 (4)에서는 P=87.5, D=12.5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풀어 나오면 1차전 직전에는 D=31.25 만큼을 두산에 배팅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비전공자를 위해서 얘기를 쉽게 풀었지만 편미분 방정식(PDE)의 해를 컴퓨터로 푸는 finite difference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

 

 

이렇게 구한 결과대로 경기별 내기 시장을 잘 이용한다면 투자은행은 고객이 원하는 파생상품의 거래 상대자가 되면서도 그 위험을 ‘경기별 내기’라는 기초상품 시장에서 완벽하게 헤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과 그 가격 모형을 잘 설명해 주는 예입니다.

 

 

금융수학이란 학문의 문을 연 Black-Scholes-Merton의 옵션 가격 모델의 핵심은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동적으로 거래하는 방법으로 똑같이 재현(replicate)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거래 예에서 ‘경기별 내기’에 경기 상황에 따라서 다른 금액을 배팅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투자은행은 기초상품이라는 기본 재료를 이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그 설계를 퀀트들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은 고객과의 거래로 오는 위험을 완전히 헤지함으로써 결국은 손익을 0으로 만드는데 그렇다면 은행은 수익을 어떻게 낼까요?

 

 

위 문제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제 파생상품의 거래에서는 투자은행은 고객이 원하는 거래를 스스로가 상대가 되어 성사시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 요금을 받는데, 이것이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은행들의 일반적인 수익 모델입니다.

 

 

고객은 기초자산 시장을 이용해서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모르거나, 안다 하더라도 대부분 비금융권의 고객
은 매일매일 변하는 시장상황에서 헤지를 실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하고 은행에 그 일을 대신 맡기는 것입니다.

 

 

물론 투자은행이 나름대로 분석을 통해서 상대팀의 우승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헤지를 덜 하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해서 스스로의 수익을 위해 배팅을 할 수 도 있는데, 이런 경우가 바로 최근의 금융위기 때 대형 은행들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간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퀀트와 금융수학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퀀트들은 고도의 수학 모형을 사용해서 시장을 예측(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등락을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이 예에서 보셨듯이 금융수학은 시장을(어느 팀이 우승할지를)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이 바뀔 수 있는 모든 상태를 확률적으로 염두에 두면서 거래의 현재 상태의 위험을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시리즈’ 상품의 확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기가 1년인 파생상품은 휴일을 제외하면 약 250일 정도의 시장 변화를 거쳐야 확정 가격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시리즈 한 경기의 승패를 하루 동안의 시장 변동으로 생각한다면 만기가 1년인 상품의 가격과 헤지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 4x4가 아닌 250x250의 격자가 되어야 하니 계산이 훨씬 복잡해지겠죠.

 

 

실제 시장에서는 하루에 한번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헤지가 가능한데, 야구의 예로 비유하자면 경기가 시작하고 스코어가 있는 상황에서 배팅을 해야 하므로 승패의 확률이 50:50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계산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또한 실제에서는 헤지 거래를 하는데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유하자면 경기별 내기를 이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실제 거래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데, 바로 퀀트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월급을 받습니다.

 

 


금융에서 쓰이는 수학

 

 

한국시리즈 상품을 통해서 파생상품이 어떤 것이고 퀀트라는 전문가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느낌 정도는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퀀트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수학 이론들을 사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파생상품 모형과 알고리즘 매매라는 퀀트의 두 부류를 말씀 드렸는데, 제가 파상상품 모형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제 분야를 중심으로 설명 드림을 양해바랍니다.

 


먼저 기본적인 확률과 통계의 개념은 필수적인 지식입니다.

 

 

미래의 불확실한 현금 흐름(cash flow)를 어떻게 현재 가치(present value)로 환산 하느냐는 금융과 재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미래 시점의 시장 조건에 따라 현금 흐름이 달라지는 금융계약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거래의 적정 가격을 계산하는 것은 각 시장 상황의 현금 흐름에 그 상황이 실현될 확률을 곱한 기대값(expectation value)을 구하는 확률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퀀트들의 입사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얼마나 순발력있게 문제에 접근하느냐를 시험하기 위해서 수학 퀴즈(brain teaser)를 많이 물어 보는데,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 확률통계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많이 물어 보는 질문 중의 하나는 ‘앞면이 두 번 연속으로 나올 때까지 동전을 던지기를 한다고 하면 평균 몇 번을 던져야 하는가?’ 입니다.

 


현대 금융수학의 이론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확률 과정(stochastic process)은 확률에 시간을 더해 확률 변수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주식, 환율, 이자율 등의 자산 가격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바로 확률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확률 과정을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려면 측도 이론(measure theory) 같은 순수 수학의 바탕이 필요하겠지만, 실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확률 이론의 계산적인 결과들을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실무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파생상품의 가격이나 위험을 최종적으로 계산해야 하므로 다양한 수치 해석(numerical analysis) 지식 역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곡선 내삽법(spline interpolation), 방정식의 해를 수치적으로 찾는 뉴튼법(Newton’s method)부터 복잡하게는 비선형 최적화(non-linear optimization)나 수치 적분(numerical integration)까지 거의 전 분야의 수치해석 방법들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수치 해석 패키지를 가져와서 쓰는 경우도 많지만,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금융 업무에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직접 방법들을 구현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아서 기본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파상상품의 구조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그 가격을 수식으로 구하기가 불가능하므로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을 통해서 구할 수밖에 없는데, 시뮬레이션 역시 수치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결과가 어느 정도의 정확도와 수렴을 보장하기 위해서 되도록 많은 경우(path)의 수를 돌려야 하는데, 거기
에는 시간과 계산 비용이 따르므로 경우의 수를 최소로 하면서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퀀트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금융 모형의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학 함수는 정규 분포의 누적 분포 함수(cumulative density function)로 다소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다항식을 이용한 근사로10) 바꿨더니 계산 시간을 상당히 단축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학 모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옮길 수 있는 코딩 능력 역시 아주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C, C++, Java 표준 언어들이 많이 쓰이고 자료 처리를 위해서 Perl이나 SQL같은 언어를 부분적으로 쓰기도 합니다.

 

 

골드만 삭스 같은 회사는 금융 업무에 최적화된 컴퓨터 언어를 퀀트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언어에 관계없이 모형이나 계산 과정을 실패 없이 실행하고 나중에 확장이 용이하도록 잘 디자인 하는 능력은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 현장에서 사용되는 수학을 몇 가지 나열해 보았는데, 이는 필수적인 내용이지만 금융수학의 영역이 꼭 이 항목들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퀀트로서 현장에서 일하는 경력이 쌓여 갈수록 금융수학의 범위와 내용을 정의내리기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퀀트로 일하는 동안 금융위기 전후로 시장이 변하는 모습을 보았고, 또 퀀트 업무를 넘어서 은행 업무를 좀 더 넓게 보고 듣게 되면서 “금융에서 쓰이는 수학”은 모두 폭 넓게 금융수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lack-Scholes가 주식 옵션의 가격 이론을 제창하면서 옵션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 이전부터 옵션이란 금융상품은 시장에 존재했고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었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시장에 필요에 따라 새로운 거래기법이 먼저 탄생했고 금융수학이 그 이론적인 토대로 제공 해 준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10년 20년 후에 금융이 더 진화한다면 그 때는 어떤 수학 이론들이 금융수학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항목에 더해 서 퀀트가 필요한 자질은 앞으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맞도록 어떤 이론이라도 가져다 응용 할 수 있는 개방적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직업으로서의 퀀트

 


이제 다시 퀀트라는 직업에 대해서 좀 더 말씀 드릴까 합니다.

 

 

아마도 학부건 대학원이건 졸업을 앞둔 수학 전공자들 중에서 퀀트로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몇 가지를 적어 보았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퀀트라는 직업이 앞으로 계속 전망이 있을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십니다.

 

 

특히나 최근의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상품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아 금융수학이 비판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앞으로 퀀트의 수요가 줄 것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퀀트의 수요는 예전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계속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퀀트의 전유물인 금융수학적인 분석능력은 금융위기와 관계없이 더 많은 금융의 영역에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금융위기가 금융공학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한 원인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파생상품과 위험관리기법이라는 대세를 되돌릴 수 는 없습니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파생상품의 사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의 하나로 볼 수 있고, 이를 통해서 파생상품의 사용이 금지되기 보다는 건전한 규제를 통해서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위기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금융 규제의 세부 시행 규칙을 마련하고 있
는데, 파생상품을 표준화하여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쌍방거래(bilateral)를 중앙 청산소(central clearling house)를 통하게 하여 거래 상대자 사이의 신용 위험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수학 지식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퀀트 수의 증가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 예상 합니다.

 

 

금융수학이 더욱 대중화 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꼭 금융수학을 사용하는 사람이 꼭 퀀트로 제한될 필요가 없습니다.

 

 

퀀트와 비퀀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퀀트는 연구와 자동화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 수요가 파생상품의 거래량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습니다.

 

 

퀀트 한명이 새로운 가격 결정 모형을 만들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코딩했다면, 상품의 거래 규모가 10배, 100배 늘어도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되고, 뉴욕이건 런던이건 지역이나 부서를 떠나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누구나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됩니다.

 

 

물론 모형을 꾸준히 유지 발전시키는데 인력이 필요하고, 또 모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모형 이용자들에게 모형의 이용에 대해 조언을 해야 하므로 거래량이 많아지면 좀 더 많은 퀀트 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위기 이후로 이러한 직업의 특성이 한 은행 내부를 넘어 금융 업계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현재의 추세입니다.

 

 

파생상품의 특징 중에서 쌍방거래라는 특징을 설명 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은행이 한 상품을 거래 한다면 가격 결정과 위험관리를 위해서 각각의 은행에 퀀트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파생상품의 거래가 투명화 되면서 쌍방간의 거래가 아닌 거래소(exchange)나 중앙청산소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면 중앙청산소의 퀀트가 만든 표준 가격모형을 모든 거래 참가자들이 이용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퀀트 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을 상쇄하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습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파생상품의 거래는 증가 추세에 있고,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퀀트 업무가 생기고 있습니다.

 

 

모형의 실수로 발생하는 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모형 점검(model validation)에 관한 업무가 하나 예입니다.

 

 

모형 퀀트는 일선의 퀀트들이 만들어 놓은 모델을 독립적으로 점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각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파생상품 거래를 모니터하고 규제하기 위해서 퀀트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은행의 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위험척도(risk metric)가 요구되는데,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누군가 더 많은 계산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퀀트를 직업으로 고려하는 분들께 구직 중이나 구직 후에 도움이 될 만 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주로 박사학위자 분들께 해당되는 되는데, 투자은행이 연구소나 학교가 아니듯 퀀트가 연구직이 아님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퀀트가 업무 중에 가끔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 논문으로 나와 있지 않은 모델을 새로 만들어 써야 하는 경우
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순수 연구를 위해서 할애 할 수 있는 시간이 전체 업무 시간의 10%를 넘지 않습니다.

 

 

새로운 모델의 개발보다는 현재 있는 모델을 잘 운용해서 매일매일 차질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이미 이용하고 있는 모델의 유지 보수에 할애해야 하고, 새로운 모델을 교체할 때는 새로운 모델이 가져올 가격과 위험의 변화를 수없이 테스트해서 모형 교체 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따라서 박사과정에서와 같이 창조적인 연구 활동을 기대하시고 퀀트가 되신다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정량적인(quantitative)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수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다른 공대 전공자들에 비해서 이론을 말로 풀어나가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말보다 기호와 수식을 사용하는 수학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와 같은 퀀트 업무에서는 큰 돈이 걸려 있어 업무 강도나 긴장감이 높은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월가에서는 퀀트를 채용할 때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면접 시에 수학 퀴즈를 내서 풀어 보도록 합니다.

 

 

답이 틀렸더라도 어떤 추리 과정을 거쳐서 그런 답에 도달했는지를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지원자들이 후한 점수를 받는데, 그것이 바로 퀀트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퀀트들끼리 모델을 얘기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퀀트들이 만든 모형을 이용하지만 전문적인 금융공학 지식이 없는 트레이더에게 모델의 특성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퀀트를 커리어의 목표로 두기보다 은행의 다양한 직종을 폭넓게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퀀트는 전문화된 직종이라 보편적인 은행의 업무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미국의 월가든 한국의 여의도건 퀀트 업무만을 잘 수행하는 것만으로 은행의 CEO 자리에 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퀀트만의 전문 영역을 넘어 본편적인 업무에서 은행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커리어가 발전되어야 하
므로 퀀트 업무를 하면서도 수학 모형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과 은행의 비즈니스를 모두 폭 넓게 이해 하려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금융수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금융수학의 분석능력이 중요하게 사용되는 영역이 점점 늘고 있는 추
세입니다.

 

 

퀀트로 우선 취업을 하셨더라도 다른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앞으로 더 좋아 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끝맺는 말

 

 


동 소식지에 앞서 실린 “금융수학 소개”라는 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순수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과 가장 응용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이 금융수학’ 이라는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전인태, ≪대한수학회소식≫ 제106호(2006년 3월), “금융수학 소개” )

 

 

금융수학이 사용되기 시작한 지난 30년 동안 파생상품의 거래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서 몇 만분의 일 초 단위로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고, 퀀트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키는 등 금융수학은 금융을 양과
질 모두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급속한 팽창의 과정에서 금융수학의 문제점이 2009년의 금융위기를 통해서 노출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금융수학이 이루어 놓은 긍정적인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으며 금융 시장은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금융수학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금융이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발전해 왔듯이, 금융수학 역시 금융의 변화와 함께 진화해 나가는 흥미로운
학문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자 약력

 

1994~2000 카이스트 수학과 학사

2000~2005 MIT 응용수학 박사

2005~현재 월가의 투자은행 퀀트

 

 

게시물의 원 출처 : 대한수학회소식 제 153호

 

 

 

본 게시물은 대한수학회에 제가 직접 저작권 사용 동의를 얻은후에 올린 게시물임을 알려 드립니다.

 

 

Posted by 투자의神